맞벌이부부 : 서로의 바램_EP007

아내의 퇴근 시간

우리가 맞벌이 부부였습니다. 사내 커플이었던 터라 아침에 같이 출근하고 저녁에 같이 퇴근하지만, 아내는 옆 동에 맡겼던 4살 짜리 딸과 2살 짜리 아들을 데려오고, 부랴부랴 옷을 갈아 입고서는 본격적으로 저녁밥과 반찬을 준비하느라 무척이나 바빴습니다. 

1990년대는 지금처럼 로봇 청소기가 없어서 저녁마다 어지럽혀진 집안을 매일매일 청소해야 했던 때였습니다. 더군다나 아이들이 어리니 오죽 했으랴. 

1990년대의 생활상: 나 너무 힘들어요. 좀 도와주면 안돼?
좀 일찍 도와주면 안돼?

그런데 저녁밥을 하면서 남편이 이럴 때 청소 좀 먼저 해 주면 안되나 하는 바램으로 흘끔 흘끔거리면서 남편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그런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면 무시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열심히 신문만 들여다 보고 있었습니다. 

그 때는 온라인이 뭔지도 모르는 시대라서 세상 일 돌아가는 건 집으로 배달되는 신문이나 TV에서 전해주는 뉴스가 전부인 때였습니다. 그러나 핀잔을 주고 눈치껏 알아서 해 달라는 사인을 보내도 남편의 반응은 무덤덤 했습니다. 

드디어 참고 참았던 아내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이럴 때 얼른 청소하고 신문은 나중에 보면 안돼?" 하고. 그랬더니 남편은 "왜 짜증을 내 저녁 먹고 할 건대" 합니다. 

1990년대 생활상

아내는 밥 먹고 나면 애들 옷 갈아입히고 세탁기도 돌려야 하고 목욕도 시켜야 하고 마른 빨래는 개어서 서랍에 넣어야 하고 하여간 매일매일이 바쁨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여간 

1990년대 당시에는 아내들이 일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남편은 오로지 밖에 일을, 아내들은 가정에 관한 한 모든 일을 해야만 할 때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직장 생활을 해야 하는 주부들의 고충이 이 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도와주는 남편들도 있었을 것이지만 그 당시에는 그랬습니다. 그나마 남편이 청소만 해 주어도 너무 고맙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나도 그게 당연하다 생각하면서 살았기에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았습니다.  

늦게서야 듣게 된 남자의 고백

어느 덧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도 꽤 흘렀고 우리 아이들도 어느 정도 잘 자라주었습니다. 다니던 직장에서 팀원들과 함께하는 점심 시간이 있었습니다. 점심에 하는 팀 회식 정도 되는 자리였는데 나이가 지긋하신 팀장님께서 우연히 말씀하시는 걸 듣게 되었습니다. 

"왜 여자들은 화부터 내는지 모르겠다. 직접 말을 하면 다 해 줄 텐데..." 라는 말씀이셨습니다. 

내용은 이랬습니다. 팀장님의 부인도 직장 생활을 하시는 분이신데 말은 하지 않고 화부터 낸다는 것이었습니다. 뭘 안 해준다고.  그래서 제가 여쭈었습니다. 

"남자들은 그걸 꼭 얘기해야 아나요? 여자 입장에서는 이거 해 줘 저거 해 줘 하면 괜히 시키는 거 같고 기분 나빠할 거 같으니까 알아서 좀 해 달라는 의미로 그러는데..." 했더니 아니랍니다. 

남자들은 직접 얘기를 안 해주면 '왜 저러나' 싶답니다. 그 때서야 알았습니다. '아! 남자들은 여자들과 다르구나' 하고. 여자들은 막 이거 해 저거 해 하면 기분이  나쁜데. 그래서 세상은 돌아가는 가 봅니다. 

요즘은 남자들이 더 힘들어요?

지금은 남편들이 워낙 자상하고 배려가 깊어서 아내들을 많이 위해주는 것을 봅니다. 
그 당시는 직장 생활을 하던 안 하던 육아와 가사는 당연히 아내의 몫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적 공감대였습니다. 

요즘에는 젊은 아빠들이 아기들에게 자녀들에게 하는 걸 보면 참 자상합니다. 늘 함께 하려고 하니 아이들도 잘 따르는 것을 우리 딸과 사위를 통해서 봅니다.

태아 때부터 아기에게 태명을 붙여 주고는 늘 불러보아서 인지 손자가 태어나서 울음을 터트렸을 때 태명으로 이름을 부르니 뚝 그쳤다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 아이들에게는 태명이라는 것도 몰랐고 태교를 한다는 거에도 무지했던 거 같았습니다. 

아니 저만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걸 보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라는 말이 새삼 다가 옵니다.

좀 도와주면 안되나 (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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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너무 힘든데! 할일이 태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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