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당번을 위한 방문
우리 딸이 초등학교 2학년 초 쯤 되었을 때였나 봅니다. 학교에서 급식 당번인 날을 정해주고 그 날 점심 시간 전에 맞추어서 방문하라고 하였습니다. 시간에 맞추어 방문했으나 우리 딸은 엄마를 봐도 표정도 '뚜' 하니 눈도 잘 안 마주치고 반가워 하는 거 같지도 않았습니다.
너무 멋쩍어서 하는 행동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딸은 좀 심했던 거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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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딸! 너무 엄마가 미안해.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나... |
유치원에서 재롱 잔치 때에도 우리를 본 반응이 그랬습니다. 소위 요즘 말로 ’자존감이 낮아서‘였을까? 아니면 마음은 너무 기쁘고 좋은데 표현 방법을 몰랐을까?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랬을 거 같은데 말을 안 해 주니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급식 반찬들을 담아주고는 아이들이 먹는 동안, 우리 딸을 지켜보았습니다. 옆에 놓여있던 수저랑 젓가락을 들어 아무 말 없이 밥을 먹는 모습을 보다가, 다른 아이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다들 옆에는 정말 예쁜 수저통들이 놓여져 있었고 같은 세트로 된 수저와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속으로 울어버린 엄마
우리 딸은 내가 아침에 바쁘다고 코킹 호일에 돌돌 말아서 넣어준 곳에서 수저와 젓가락을 꺼내 먹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파 속으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점심 시간이 끝나고 저학년인 우리 딸은 먼저 집으로 가고 저는 남아 담임교사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딸 아이의 학교생활이나 여러가지를 물어보고 상담하라는 목적도 있었지만, 머리가 하얗게 되어 어떻게 밥을 먹었는지도 몰랐습니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지금도 그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면 제 자신은 부끄럽고 우리 딸은 딱해서 눈물이 납니다.
정말 미안했습니다. 아마도 우리 딸은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더 창피했겠습니까? 차라리 집에서 사 달라고 얘기라도 했으면 아니 친구들은 예쁜 수저통을 가지고 다닌다고 라는 말이라도 해 주었더라면.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 딸은 엄마가 항상 바쁘다는 걸 알고 있기에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렸고 동생을 챙기다 보니 엄마의 역할까지도 하게 된 셈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인지 집에서도 그런 내색을 할 줄도 몰랐던 거 같았습니다. 그 정도로 나는 아이들을 챙기는데 많이 부족했고 무지하였습니다.
막내 이모가 집에서 아이들을 봐 준다고는 했지만 그 이모야 말로 결혼도 안 한 아가씨다 보니 나보다 더 잘 알 턱이 있겠습니까?
그저 아이들을 집에서 있을 수 있도록 보살펴 주는 것 만으로도 고마웠습니다. 낯선 곳에서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있는 것 보다야 그래도 집에서 동생이랑 함께 놀 수 있으니까요.
회사로 복귀한 후에도 자꾸만 아이의 모습과 밥을 먹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어떻게 근무시간을 마쳤는지 몰랐습니다. 그 당시에는 직장에서 낼 수 있는 휴가도 여름 휴가가 유일했던 때였습니다.
그 여름 휴가도 자기가 쓰고 싶을 때 쓸 수 있었던 것이 아니고 딱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7월 말부터 8월 초 중 자신이 원하는 주를 선택해서 하던 때였습니다. 지금이야 휴가를 1년 내내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사용할 수 있지만.
예쁜 수저통세트
퇴근하면서 우리 딸에게 줄 예쁜 수저통 세트를 사다 주려고 곧바로 그릇 가게로 달려갔습니다. 예쁜 수저통을 딸에게 주었을 때 우리 딸의 반응이 어떠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기뻐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딸을 데리고 직접 가서 딸이 원하는 수저통을 사 주었으면 더 좋아했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제가 생각해 봐도 정말 철없는 엄마였습니다.
그러함에도 기특하게 예쁘게 잘 자라주었습니다. 엄마를 생각해서 인지 다들 겪게 된다는 사춘기라는 것도 모르고 지나갔습니다. 세월이 많이 지났음에도 새삼 기억을 떠올리며 글을 쓰다 보니 지금도 여전히 미안하고 눈물이 납니다.
우리 딸! 정말 미안했어. 엄마가 지금이라도 사과 할께. 그래도 잘 커주어서 고맙고.
급식당번으로 학교에 간 엄마 (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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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 있었던 가슴아픈 이야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