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같은 누나 : 어! 가방이 없네?_EP009

1990년대 중반쯤, 우리 딸이 초등학교 3학년이었고,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였나 봅니다
그 당시 나는 어렵게 공부하였고 얻은 직장이어서인지 언제나 직장이 1순위였었습니다. 

아홉시까지 출근해도 되는 회사임에도 7시가 조금 넘으면 벌써 출근길에 나서곤 하였습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자발적인 충성심이었습니다.

그날도 퇴근하고 나서 저녁을 먹은 후에 우리 딸이 얘기를 해 주었습니다. 

누나! 나 가방이 없어 어쩌지?

그 말을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짠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당황해 했을 아들과 딸 생각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우리 집에서 초등학교까지는 거리가 제법 되었습니다. 가까운 곳에도 초등학교가 있었지만 그 학교는 이미 아이들이 만땅이어서 이 학교 밖에는 갈 수가 없었습니다. 

또 유독 1992년대 생들의 출산율이 다른 세대 보다 월등히 많았습니다. 운동회때 학교를 방문해 보니 ,그 초등학교에서만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학년의 아이들 반이 5~7반이라면 아들 학년은 10반이 넘었습니다. 

초품아 선택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의 초등학교까지 거리가 얼마 정도 되는지, 신호등을 몇 번이나 건너야 하는지 등 많은 걸 꼼꼼하게 아이들 중심으로 생각해서 결정해 주는 걸 우리 딸이 손자한테 하는 걸 보고 알았습니다. 소위 요즘에는 이사를 고려할 때도 초품아(초등학교를 품고 있는 아파트: 신호등을 건너지 않아도 되는)인지 어느 정도의 거리에 있는지 등을 아주 꼼꼼이 챙기는 걸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때 우리는 그러지 못했고, 지금에서야 우리 애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겠구나 싶었습니다. 저는 직장에 가 있는 동안에는, 집안 일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아이들이 전화를 해와도 빨리 끊으라고 할 정도였습니다(집에서는 막내 이모의 돌봄을 받고 있을 때). 

내가 어린시절을 시골 소위 말하는 깡촌이라고 하는 마을에서 살아서 인지 보통 4키로 이상 되는 거리에서도 초등학교를 걸어서 다니곤 하는 아이들이 꽤 많았기에 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나 봅니다. 

가방은 어디?

그렇게 먼 거리를 걸어서 학교 교문을 들어서는데 동생 등에 있어야 할 가방이 보이지 않았다 합니다. 누나가 "동생아, 가방은?" 물어보니 "아! "깜빡하고 그냥 왔어!"라는 동생의 말에, 담임선생님한테 동생이 혹시 꾸중을 들을까 봐 걱정이 되었답니다. 동생에게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누나가 말씀드려준다고 하고는 동생 손을 붙잡고 동생반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다고 합니다. 

추측건대 아마도 누나가 학교가자는 말에 아무 생각없이 따라 나섰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비록 어린아이일지라도 엄마가 없을 때는 동생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의젓한 누나가 되어버리나 봅니다. 덕분에 선생님께서 옆에 있는 친구들 교과서 함께 보라고 하시면서 꾸중은 하지 않으셨다 합니다. 

이런 에피소드를 들으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조차 몰랐던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지금은 후회만 남았습니다.

아이들 학교 갈 준비랑 보내놓고 출근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정말 많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최우선인데. 왜 그랬을까 싶지만 직장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그만큼 컸습니다. 물론 그 덕분에 회사에서는 인정받기도 하였습니다만.


요즘에도 맞벌이 하는 부부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절대로 다니는 직장이 1순위가 아니라는 걸. 언제나 가장 최우선은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가족이라는 것을! 물론 요즘 부부들은 지혜롭기에 다들 잘 알아서 합니다. 괜한 걱정일 수 있지만 경험자로서 다시 한번 부탁하고 싶기에 적어보았습니다. 

동생아 걱정하지 누나가 있잖아! (삽화)


걱정하지 마, 누나가 있잖아!! 

다음 이전